병도 처음부터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고통과 비용을 줄이고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듯이, 비즈니스 분쟁도 처음부터 법을 아는 변호사와 상의를 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한 분쟁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법에 의해서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안의 경우에 제일 먼저 할 일은 누가 얼마만큼 책임이 있는가를 분석하는 일입니다. 이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기도 하고, 재판이나 중재를 신청하기도 합니다. 분석의 결과로 재판을 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적거나, 승리해도 실속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에 맞춰서 다음 행보를 정해야 합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습니다. 재판이나 중재는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사용하는 '전쟁'입니다. 협상을 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을 하도록 하면 비용과 시간, 그리고 스트레스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내가 가진 카드를 잘 알고, 둘째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행동관행을 이해하고, 셋째 협상의 기술에 능해야 합니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과 분쟁 해결 방법으로서의 협상은 원리는 같지만 운용기술에 있어서는 차이가 납니다. 협상은 분쟁 발생의 초기부터,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그리고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 어느 때에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판결이 내려지고 난 뒤에도 강제집행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협상을 통한 합의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협상을 하는 경우에는 한편으로는 재판을 염두에 두고 모든 대화나 편지 교환을 행해야 합니다. 협상과정에 있었던 대화나 편지 내용이 나중에 재판 비용을 누구에게 부담시킬지 결정할 때 고려 사항이 되기 때문입니다.



협상으로 각자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제3자의 판단과 강제력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법원의 재판이나 조정, 또는 중재입니다. 국제거래에 있어서도 법원을 이용한 분쟁해결이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사법부의 전통이 오래되어 법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재판 진행 언어로 필요한 증거서류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에는 재판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낫습니다.

한편으로 재판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신뢰가 가지 않을 때, 즉 분쟁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재판을 할까 염려스러울 때, 또는 재판 준비를 해당 재판부가 사용하는 언어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 또는 재판 관할권이 불확실하거나 중복될 때에는 국제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낫습니다.

국제상사분쟁해결 수단으로 조정(Mediation)도 사용됩니다. 조정은 국제분쟁해결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 등이 중간에 서서 쌍방의 주장을 청취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증거를 살펴본 뒤에, 책임소재와 보상범위에 대한 자기의 판단을 제시하면서 쌍방에게 합의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입니다. 이 조정자의 의견은 쌍방에게 권고하는 제안사항일 뿐 구속력을 갖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라도 이 조정자의 제안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고 그 다음 수단인 중재나 법원의 재판으로 가게 됩니다. 조정에 의한 분쟁해결방법은 쌍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결판을 짓고 싶은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이 이용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으로 법원의 판결이나 중재에 의해서 분쟁이나 다툼을 해결할 경우에는 그 이후에 거래관계의 지속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의 손상을 많이 입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서 조정은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 제3자의 판단을 들어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됨으로써 그 문제는 해결하는 반면에 서로의 거래관계(Business Relationship)는 훼손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정을 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절차나 조정자(Mediator)등 모든 일을 쌍방이 합의해서 정하는 방법도 있고 국제상공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의 분쟁해결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합의가 없으면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은 불가능합니다.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중재에 회부한다면, 그런 중재는 중재인이 진행을 하지도 않겠지만 설사 착오로 진행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진행된 중재판정의 결과는 집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뉴욕협약도 그렇고, 각 국의 중재법도 당사자들의 중재합의를 중재의 선결 조건으로 규정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재에 의해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합의는 처음에 계약을 체결할 때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할 수도 있습니다. 중재합의를 할 때에는 중재인의 숫자, 중재재판의 장소, 중재에 사용하는 언어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처음 계약을 할 때가 나중에 분쟁이 발생해서 쌍방의 감정이 악화되었을 때보다 그런 안건들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래서 대개의 변호사들은 계약서에 중재조항을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중재가 아니고 사법부의 재판에 의해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경우에는 계약서에 관할법원을 명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중재합의문 또는 중재조항에 포함시켜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 홈페이지 이산 소식 섹션에 첨부되어 있는 '국제중재핸드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재판을 할 때 소송절차법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처럼 중재도 재판의 한 종류이므로 절차를 미리 합의해야 합니다. 중재절차에 대해서는 UN에서 정한 절차가 있고, 각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정한 절차규정이 있습니다. UN의 중재절차나 각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정한 절차는 큰 틀에서는 같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 중에 어느 절차를 따를 것인가도 쌍방이 합의하기 나름입니다.

이 중재절차에 대한 합의도 중재합의문을 작성할 때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임의중재, 즉 어느 국제중재재판소도 이용하지 않고 중재인의 선정에서부터 중재재판의 진행과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까지 중재당사자들이 직접 관장하는 중재의 경우에는 유엔의 중재절차법을 따릅니다. 전 세계에 있는 여러 국제중재재판소 중 하나를 선택해서 중재진행에 따른 행정업무와 중재인의 선정 등을 의뢰할 때는 해당 중재재판소가 정한 중재절차법을 따르게 됩니다. 임의중재와 중재재판소를 통한 중재의 차이, 그리고 세계의 주요 중재재판소의 특징 등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저희 홈페이지 이산 소식 섹션에 첨부되어 있는 '국제중재핸드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임의중재의 경우에는 중재인을 쌍방이 합의해서 선정합니다. 중재인은 대개 1명이나 3명을 선정합니다.

거래 금액이 아주 큰 경우가 아니라면 중재인을 1명으로 정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면에서 경제적입니다. 1 명의 중재인을 분쟁 당사자들이 합의해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추천하는 중재인은 내게 불리하게 판정할 것 같고, 내가 추천하는 중재인은 똑 같은 이유로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중재인의 선정을 제3자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위임은 중재합의서를 작성할 때 미리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해도 됩니다. 위임을 받는 사람은 국제상공회의소 의장이라든가, 관련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대표자라든가, 영국변호사회 회장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직함으로 규정해둡니다. 기관중재의 경우 (국제중재재판소에 행정절차를 의뢰하고 그 중재재판소가 정해놓은 절차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중재를 기관중재라고 부르겠습니다)에는 해당 기관의 중재절차법에 중재인의 선정 방식을 정해놓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중재재판소의 회장이나 사무국장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중재인이 3명일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쌍방이 각기 1명씩의 중재인을 지명하고, 지명된 중재인들이 합의해서 제3의 중재인을 지명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중재인들이 지명한 제3의 중재인이 재판장이 되어서 중재재판을 주관하고, 최종 판결은 다수결에 의해서 내립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재인의 지명방법은 (특히 제3의 중재인을 지명하는 방법은) 중재규칙 마다 다릅니다. UN의 규칙이 다르고 각 국제중재재판소의 규칙도 각기 조금씩 다릅니다.

3명의 중재인으로 중재를 진행하는 경우에 각 당사자가 지명하는 중재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국중재인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Arbitrators)가 생각하는 것과 국제변호사회(International Bar Association)가 생각하는 것이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당사자 지명의 중재인이 자기를 지명한 당사자를 편드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국제변호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지명한 중재인이라 하더라도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윤리규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당사자 지명 중재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국중재인협회의 이해가 더 현실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재인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의뢰인들이 지명을 해야 일거리가 생기고 소득이 올라갑니다. 지명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지명을 많이 받자면 자기를 지명해준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중재인협회의 규정은 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고, 국제변호사회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덮어 두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그 윤리규정은 힘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변호사회 윤리규정을 적용한다고 중재합의문에 명시해두었을 경우에는 당사자 지명 중재인들의 편파적인 행동이 나중에 중재판결 불인정 소송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중재인들은 나중에 책 잡힐 근거가 될 만한 행동을 드러나게 하지는 않으면서 자기를 지명한 당사자들에게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중재인을 선정하는 것이 당사자의 변호인이 해야 하는 첫 번째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자기가 지명하는 중재인의 경우에는 사전에 면담을 통해서 해당 후보자의 능력과 성향을 파악합니다. 제3자가 지명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서 그 사람의 객관성이나 능력에 회의가 가는 경우에는 지명권자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 자기 쪽에 불리하지 않는 중재인이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 중재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중재인이 한 명일 경우에는 해당 중재인을, 중재인이 3명일 경우에는 3명의 중재인을 함께 일컫는 용어가 '중재판정부' 입니다. 중재규칙이 결정되고 중재판정부가 선정되면 중재판정부의 지휘에 따라 중재재판을 진행합니다. 중재재판은 정해진 중재절차와 규칙, 그리고 중재판정부의 지휘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걸려있는 금액의 크기, 사안의 복잡성 여부 등에 따라 수십, 수 백 가지의 다양한 모습의 진행이 가능합니다.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목적일 때도 있고, 반대로 질질 끄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도록 노력해야 할 경우도 있고, 반대로 비용이 늘어나서 그 때문에 상대방이 중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서면으로 모든 자료를 제출하느냐, 구두 변론과 증인심문을 하느냐 하는 것 등도 비용과 재판에 임하는 입장에 따라 결정해야 할 전략 전술입니다. 이런 전략 전술을 바르게 수립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변호사의 능력입니다. 절차법에 대한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뚝심과 설득력 등의 개인적 자질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납니다.

국제중재에는 영미법의 재판방식과 대륙법의 재판방식이 절충되어 적용되기도 하고, 영미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주심을 맡은 중재인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하지만 국제중재 절차법과 국제변호사회에서 정한 증거법이 영미법을 모델로 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국제중재에서 영미식의 재판과정에 익숙한 사람들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쪽에 유리한 중재판정을 받았을 경우 그것으로 모든 일이 완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패소한 상대방이 순순히 판정 결과를 받아들여서 보상금을 지불하면 좋지만,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중재판정 결과를 이행하기를 거부하면 강제집행을 해야 합니다. 강제집행을 할 경우에는 어느 나라에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상대방의 본부 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할 것인지, 상대방의 재산이 있는 곳에서 할 것인지 등입니다. 어떤 나라에서 강제집행절차를 시행했는데 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 상대방이 재산을 또 다른 나라로 빼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대금을 제3국으로 송금해버리거나 하면 강제집행 명령을 받아도 실익이 없습니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상대방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국제중재판정 결과의 인식 및 집행명령(Recognition and Enforcement) 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변호사를 고용해서 법원에서의 절차를 대행하도록 합니다.

우리 측이 중재에서 패소를 했을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대처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중재판정에 순응해서 명령을 받은 대로 배상금과 비용을 지불한다. 둘째, 상대방이 강제집행을 할 경우에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그리고 우리측이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매개로 판정 결과를 완화시키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한다. 셋째, 상대방의 인식 및 집행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넷째, 중재판정 무효소송을 진행한다.

중재판정을 집행하기 위한 법원의 명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뉴욕협약에 근거를 둔 것인데, 대표적인 것들만 예를 들자면, '유효한 중재합의(Valid Arbitration Agreement)가 없었다', '중재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중재판정의 결론이 집행하는 나라의 공공정책에 위배된다', 또는 '중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안이었다' 등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목적은 실제로 중재판정의 결과를 무효화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시간을 벌어서 다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도 있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지쳐서 합의에 응하도록 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